1.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왕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2012년 9월 13일에 개봉한 한국의 영화입니다.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의 유명한 영화배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 속의 주인공 '광해군'은 조선의 제 15대 왕으로 역사 속 실존 인물이며, 당시 임금의 기록인 승정원 일기에서 지워진 15일 간의 시간 동안 가짜 임금이 조선을 다스렸다는 픽션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 총 관객 수 12,323,595명의 대기록을 세웠으며, 국내 상영 영화 역대 15위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광해군 8년, 왕위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권력다툼과 당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이에 광해군(이병헌)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때문에 신경이 쇠약해지며 분노와 두려움으로 인해 점점 폭군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광해군은 계속되는 위협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대신해줄 대역을 찾을 것을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명령합니다. 그리고 궁궐 밖에서는 주막과 기방을 전전하며 음란한 만담과 재치 있는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선'(이병헌)이 있었습니다. 하선은 왕과 아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타고난 연기력과 언변으로 왕의 흉내를 완벽하게 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허균은 하선을 데리고 궁궐로 들어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밤마다 왕의 대역으로 자리를 지키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치료를 받게 되고, 허균은 그 기간 동안 왕의 대역을 맡아줄 것을 하선에게 명령합니다. 이로써 천민 하선의 왕노릇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하선은 허균의 지시와 교육 아래서 말투부터 걸음걸이, 정치 등을 배우게 되고 차츰 왕의 역할이 익숙해져 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왕인 '광해군'과는 다르게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가짜 왕 '하선'에게 궁궐 사람들은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한 허균 또한 자신의 목소리로 정치를 하는 하선의 모습에 점점 당황하며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2.조선의 제 15대 왕, 광해군
광해군은 조선 왕조 제 15대 왕으로써, 재위 기간은 1608년에서 1623년까지 입니다. 임진왜란 때 세자에 책봉 되었으며, 아버지인 선조가 버리고 간 국토에 남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아버지인 선조가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 하고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자 전쟁 기간 많은 공을 세운 광해군이 1608년에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자신의 왕권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며 왕권을 강화 하였습니다. 광해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실리외교'입니다. 당시 조선을 둘러싼 주변국의 정세는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사대국인 명나라는 서서히 기울어져 가고 있었으며, 여진족은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명나라와 여진족이 전쟁을 일으켰고, 명나라는 조선에 군사 파병을 요청하였습니다. 고민하던 광해군은 끝내 파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파병군의 대장이던 '강홍립'에게 명령을 내려 여진족과 대적하지 말고 상황을 보고 판단하라고 하였습니다. 강홍립은 전쟁 도중 전투에서 패배하자 광해군의 명령대로 여진족과 협상하고 항복하였으며, 당시 조선의 부득이한 사정을 알려주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여진족의 '누르하치'는 조선을 이해한다고 하며 지속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광해군은 1623년 '인조반정'으로 폐위하게 되었습니다. 광해군이 반정으로 축출 된 이유는 패륜적 행위와 외교 정책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지배층은 명분을 중시하였는데, 광해군이 행했던 패륜 행위와 실리 외교 등이 그들의 방향과 맞지 않아 반정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흥미로운 상상력과 뛰어난 연기력의 조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당시에도 평가가 매우 좋았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3번 정도는 보았는데, 볼 때마다 영화의 설정 자체에 매우 큰 흥미로움이 느껴지며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고 배웠던 광해군, 그 광해군이 2명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에 국사 시간에 배운 광해군에 대한 내용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광해군의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기에 접근성이 좋은 영화라는 평도 많이 존재합니다. 역사 속 사실과 부담스럽지 않은 상상력이 절묘하게 조화 된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1인 2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에 크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왕의 근엄함과 쓸쓸함을 연기하고, 천민의 삶을 연기하며, 그런 왕을 연기하는 천민을 다시 연기 해내고 마는 배우 이병헌에게 극찬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못 보셨다면, 혹인 이미 보셨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 다시 보시기를 바랍니다. 볼 때 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미세한 연기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